수학쌤이었던 엄마의 첫 부임지는 양평이었는데요. 담임 맡았던 반의 아이들 중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워 등록금을 내지 못해 학교를 그만둬야 하는 학생이 있었대요. 엄마 또한 찢어지게 가난했던 터라 공부 하기 위해서는 장학생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데요. 그 마음을 알기에 졸업할 때까지 학생의 등록금을 대신 내줬대요.
어느 날 엄마는 그 학생, 할아버지가 된 양평 제자의 전화를 받았는데요. 양평 제자가 3년 동안 수소문해서 엄마를 찾았다는 얘기를 듣고 가족 모두 감동했습니다. 양평 제자와 동기들은 엄마를 매년 양평으로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고 직접 농사지은 먹거리와 쌀을 보내주셨어요. 엄마가 돌아가셨는데도 여전히 저에게 쌀을 보내시고 명절마다 안부전화를 하십니다. 얼마 전 어르신에게 애써 농사지은 쌀 그만 보내주셔도 된다고 얘기했는데요. 허허 웃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선생님 없다고 쌀을 안 보내? 사랑은 그런 게 아니야."
전화를 끊고 선행과 나눔 그리고 사랑에 대해 생각했어요. 어르신의 사랑을 통해 사도신경에 나오는 성인의 통공이 뭔지 느낄 수 있었어요. 그래서 가족과 쌀을 나눠먹으려다가 마음을 바꿨습니다. 귀한 쌀을 우리끼리만 먹기 아까워서 자비를 실행하는 밥집으로 보냈어요.
어르신이 베푸는 사랑이 우리 가족에게만 머물지 않고 더 좋은 곳으로 흘러들어가길 바라는 마음이랄까요. 그 사랑은 밥집에서 식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따뜻한 온기로 전달되리라 믿어요. 이게 통공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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