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씀을 읽을 때면 어릴 적 엄마와 시장에 갔던 기억이 떠올라요.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 (루카 14,11)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엄마가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1년 동안 안 좋은 야채도 주시는 대로 감사히 먹었더니, 이제는 가장 좋은 야채로만 챙겨주시네. 성경 말씀은 틀린 게 하나도 없어.”
그때는 무슨 뜻인지 잘 몰랐어요. 그런데 천주교 신자가 된 이후로 이 말씀을 만날 때마다 그날의 엄마 목소리가 떠오릅니다. 어느새 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면 주시는 대로 받는 습관도 생겼고요.
그런데 오늘은 문득, 저는 좋은 것을 돌려받으리라는 기대 없이도 기꺼이 양보할 수 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끝자리에 앉아서도 누군가 앞자리로 불러 주기를 기다린다면, 저는 여전히 윗자리에 머물러 있을 테니까요.
엄마에게서 배운 삶의 태도를 다시 돌아보며, 어떤 자리에 있든 그곳에서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않도록 이끌어 주심에 감사합니다.

2026년 10월 31일 연중 제30주간 토요일 매일미사입니다. 제1독서와 복음, 평화방송 매일미사 영상과 오늘의 묵상을 한 페이지에 정리했어요.
2026년 10월 31일
매일미사 오늘의 말씀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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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독서
필리 1,18ㄴ-26 :
나에게는 삶이 곧 그리스도이며 죽는 것이 이득입니다.
형제 여러분,
18 가식으로 하든 진실로 하든 그리스도를 전하는 것이니, 나는 그 일로 기뻐합니다. 사실 나는 앞으로도 기뻐할 것입니다.
19 여러분의 기도와 예수 그리스도의 영의 도움으로 이 일이 나에게는 구원으로 끝나리라는 것을알기 때문입니다.
20 나의 간절한 기대와 희망은, 내가 어떠한 경우에도 부끄러운 일을 당하지 않고, 언제나 그러하였듯이 지금도, 살든지 죽든지 나의 이 몸으로 아주 담대히 그리스도를 찬양하는 것입니다.
21 사실 나에게는 삶이 곧 그리스도이며 죽는 것이 이득입니다.
22 그러나 내가 육신을 입고 살아야 한다면, 나에게는 그것도 보람된 일입니다. 그래서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23 나는 이 둘 사이에 끼여 있습니다. 나의 바람은 이 세상을 떠나 그리스도와 함께 있는 것입니다. 그편이 훨씬 낫습니다.
24 그러나 내가 이 육신 속에 머물러 있는 것이 여러분에게는 더 필요합니다.
25 이러한 확신이 있기에, 여러분의 믿음이 깊어지고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내가 남아 여러분 모두의 곁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압니다.
26 그리하여 내가 다시 여러분에게 가면, 여러분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자랑할 거리가 나 때문에 더욱 풍성해질 것입니다.
복음
루카 14,1.7-11 :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1 예수님께서 어느 안식일에 바리사이들의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의 집에 가시어 음식을 잡수실 때 일이다. 그들이 예수님을 지켜보고 있었다.
7 예수님께서는 초대받은 이들이 윗자리를 고르는 모습을 바라보시며 그들에게 비유를 말씀하셨다.
8 “누가 너를 혼인 잔치에 초대하거든 윗자리에 앉지 마라. 너보다 귀한 이가 초대를 받았을 경우,
9 너와 그 사람을 초대한 이가 너에게 와서, ‘이분에게 자리를 내드리게.’ 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너는 부끄러워하며 끝자리로 물러앉게 될 것이다.
10 초대를 받거든 끝자리에 가서 앉아라. 그러면 너를 초대한 이가 너에게 와서, ‘여보게, 더 앞 자리로 올라앉게.’ 할 것이다. 그때에 너는 함께 앉아 있는 모든 사람 앞에서 영광스럽게 될 것이다.
11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평화방송 매일미사
영상과 함께 오늘 말씀을 따라가 보세요.
2026년 10월 31일 평화방송 매일미사의 순서를 아래에 정리했어요. 시간을 누르면 해당 장면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 미사 시작 00:20
✚ 제1독서 02:57
✚ 복음 06:41
✚ 강론 08:11
오늘의 묵상
김영송 알베르토 신부 :
'여기는 내 자리인데…' 혹시 이런 생각을 해 본 적 없나요?
군종 신부로 지내면 성당에서뿐만 아니라 부대 안에서 이런저런 자리에 가야 하는 경우가 제법 있습니다. 회의나 공식 행사에서는 지정된 자리가 있어서 별 어려움이 없지만, 의무 교육을 듣는 시간에는 은근히 자리 쟁탈전이 벌어집니다. 강사나 교관이 너무 잘 보이는 앞자리에서 되도록 멀리, 그렇다고 너무 뒤에 앉으면 나중에 앞자리를 채우려고 앞으로 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으니 그러한 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앞에서 3분의 2 지점 정도의 자리가 인기 있습니다.
성당에도 암묵적으로 지정된 자리가 있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한번은 다른 본당 신자가 미사 때 와서 기존 신자가 평소 앉던 자리에 앉자, ‘내 자리’라며 다른 자리로 가라고 하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그러다 보면 정해진 것도 아닌데 괜히 서로 불편해지거나, 사소한 말다툼을 벌이는 경우가 생깁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자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잔치에 초대받았을 때, 먼저 끝자리에 가서 앉으라고 말씀하십니다. 물론 윗자리에 앉는 것 자체가 나쁜 일은 아닐 것입니다. 주요 인사로 초대받은 경우라면 차라리 윗자리 어디쯤에 가서 앉는 것이 주최 측의 마음을 편하게 해 줄 테지요.
다만 여기서 예수님께서 강조하신 것은 겸손한 태도입니다. 나보다 더 이 자리에서 대접받을 자격을 갖춘 사람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것, 나보다 잘난 사람이 많다는 것,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일 때 우리는 기꺼이 끝자리를 찾아 앉을 수 있으며 그러면서도 잔치에 초대받은 사람으로서 기쁘게 축하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찾아 앉아야 할 자리가 어디인지 알고, 그렇게 하는 데에 망설이지 않을 용기와 겸손을 주님께 청해 봅니다.
다른 신부님들의 말씀 묵상
마음에 머문 한 말씀
루카 14,10
끝자리에 가서 앉아라.
마음에 머문 한 말씀이 또 다른 말씀으로 이어지며, 오늘을 빚어 갑니다. 오늘도 말씀이 스쳐 지나가지 않고, 하루의 모든 순간에 천천히 스며들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