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찾은 작은 깨달음산에 오를 때 사찰이 보이면 꼭 들르곤 했어요. 불교 신도는 아니지만 대웅전 외벽을 둘러싼 10개의 그림 심우도(십우도)를 구경하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사찰마다 각기 다른 심우도가 그려져 있어 그 차이를 찾아보는 게 마치 작은 탐험처럼 느껴졌어요. 심우도는 잃어버린 소를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깨달음을 향한 인간의 길을 보여줍니다. 처음에는 그저 신기한 그림으로만 보였지만 다양한 심우도를 접하면서 그 안에 담긴 의미가 서서히 와닿기 시작했어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난 또 다른 길그러던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또 다른 인간의 길을 만났습니다. 무언가에 이끌려 성당에 들어갔다가 천주교 신자들이 함께 바치는 십자가의 길을 보게 되었어요. 그리고 벽에 걸린 14개의 십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