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의길 10

빛과 고통이 스민 십자가의 길

두봉 주교님을 기억하며, 사랑의 길을 걷다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선교사이자 오랜 세월 한국 천주교를 위해 헌신하신 두봉(杜峰, Du Bong) 주교님의 선종 소식을 들었어요. 본명은 르네 마리 알베르 뒤퐁(René Marie Albert Dupont)이지만 ‘두봉 신부님’이라는 이름이 더 가깝고 따뜻하게 느껴집니다.두봉 신부님은 한국 천주교가 박해와 고통 속에서 신앙을 지켜가던 어두운 시절, 그 어둠을 비추는 한 줄기 빛 같은 존재였어요. 그 당시 파리외방전교회와 같은 선교 단체들의 헌신은 한국에서 천주교가 뿌리내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두봉 신부님은 그 중심에서 묵묵히 사랑의 씨앗을 뿌리며 섬김의 삶을 살아오셨습니다.  박해의 어둠 속, 빛이 되어 준 발걸음17세기 말에 설립된 파리외방전교회는 1..

걷고 싶은 길 2025.04.12

김인중 신부 스테인드글라스 십자가의 길

어둠을 밝히는 빛의 마음 몇 년 전, 손골성지로 성지순례를 다녀오던 중 김인중 신부님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설치된 신봉동 성당에 들르게 되었어요. 마침 그날은 KBS에서 촬영이 진행 중이었고, 놀랍게도 김인중 신부님께서 집전하시는 미사에 참여하는 특별한 은총을 받았습니다.신부님께서는 강론 중에 이렇게 말씀하셨어요."세상의 색은 섞일수록 점점 어두워지지만, 빛의 색은 섞일수록 더욱 밝고 하얘집니다." 이 말씀은 마음 깊은 곳에 큰 울림을 주었어요. 세상의 욕심과 미움, 갈등은 서로 부딪히고 얽힐수록 점점 더 어둡게 변하지만 사랑과 용서, 나눔과 같은 빛의 마음은 서로에게 스며들수록 오히려 더 순수하게 밝아진다는 뜻이었습니다.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쏟아지는 형형색색의 빛 조각들과 신부님 강론이 어우러져 그 순간이..

걷고 싶은 길 2025.04.11

새서귀포성당 십자가의 길

고요한 발걸음마다 스며드는 위로예수님의 수난 여정을 따라 걷는 십자가의 길에서 저와 마주하게 됩니다. 삶이 힘들다고 투정하고 쉽게 포기하려 했던 순간들이 문득 스쳐 지나가요. 단 한 걸음도 쉬운 걸음이 없었던 그분의 고난 앞에 서면, 저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큰 은총 속에 있었는지 저절로 깨닫게 됩니다. 1처부터 14처까지 그저 묵묵히 바라보며 걷는 것뿐인데 발걸음마다 위로가 따라와요.그리고 말이 없어도 느껴지는 한 마디. "내가 너를 사랑한다."그 사랑은 말없이 스며들고 그 따뜻한 침묵 속에서 다시 걸어갈 용기를 얻습니다. 십자가의 길에서 마주하는 사랑이 오늘 또 한 걸음 내딛게 합니다.      걷고 싶은 길새서귀포성당십자가의 길    새서귀포성당에서십자가의 길 주 예수님, 저희를 위하여 온갖 수난을 ..

걷고 싶은 길 2025.04.05

순교자와 함께하는 십자가의 길

신앙의 흔적을 따라 신앙을 되돌아보는 시간'황새바위'는 오래전부터 황새들이 많이 서식했던 곳으로, 그 모습에서 유래한 이름이에요. 또한 조선 시대에는 죄수들이 목에 항쇄(무거운 쇠사슬)를 차고 처형당했던 장소라는 의미에서 '항쇄바위'라고도 불렸습니다. 천주교 박해 시대 황새바위 성지는 가장 많은 신자들이 순교한 역사적인 장소이자 믿음의 길을 걸어온 이들의 희생과 기도가 서려 있는 공간입니다.    황새바위 성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정갈한 돌계단이 눈에 들어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다 보면, 자연스럽게 순교자들의 삶이 떠올라요.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내어놓았던 그들의 용기와 희생을 기억하며 순교자들과 함께 십자가의 길을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걷고 싶은 길순교자와 함께하는십자..

걷고 싶은 길 2025.04.04

제주 면형의 집 십자가의 길

수많은 이야기가 스며든 시간의 섬 제주, 바람이 불어오는 대로 발길을 옮기다 보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오래된 시간을 만나게 됩니다. 제주 면형의 집에는 제주 감귤의 역사가 깃든 특별한 나무 한 그루가 보존되어 있어요.  제주 감귤의 역사가 시작된 곳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면형의 집 성당에 들어서면 눈길을 사로잡는 오래된 고사목이 있습니다. 잎도 열매도 없이 말라버린 나무지만 그 속에 제주 감귤의 기원이 담겨 있어요.과거 홍로성당(현. 면형의 집)에서 선교활동을 했던 타케 신부는 일본에서 활동하던 포리 신부를 홍로성당에서 만나게 되었고, 그에게 식물 채집에 대한 지식을 배웠습니다.제주 식물 연구에 깊은 관심을 가졌던 타케 신부는 1만여 점의 식물 표본을 채집하여 하버드 대학, 교토 대학, 도쿄 대학, 에든..

걷고 싶은 길 2025.04.02

제주 금악성당 십자가의 길

죄도 없이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의 모습을 기억하며 가슴 한 켠에 슬픔의 가시가 박히는 계절 너무 죄가 많아 부끄러운 저를 매운바람 속에 맡기고 모든 것을 향해 화해와 용서를 청하고 싶은 은총의 사순절입니다.- 이해인의 시 《이젠 다시 사랑으로》 중에서 -      걷고 싶은 길제주 금악 성당십자가의 길    매듭을 푸시는 성모님과함께 바치는 십자가의 길 사랑이신 주님, 당신은 저희에게 참사랑과 자유를 주시려고 십자가의 길을 걸으셨습니다.불안과 두려움, 슬픔과 절망이 가득한 세상이지만 희망의 빛에 기대어, 매듭을 푸시는 성모님과 함께 십자가의 길을 걷고자 합니다.이 길을 함께 걸으며, 묶이고 매이고 엉클어진 우리 삶이 사랑으로 연대하여 온전히 회복되기를 청하나이다.  ( 제1처로 가며 ) 어머니께 청하..

걷고 싶은 길 2025.03.31

마음의 쉼터 소양로성당 십자가의 길

춘천의 숨은 보석 춘천을 여행하다 보면 자연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성당을 만날 수 있어요. 그중에서도 소양강 근처에 자리한 소양로성당은 오랜 역사를 품고 있는 곳으로 신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방문객들에게도 고요한 마음의 쉼터가 되어 줍니다.역사와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공간 소양로성당은 소박하면서 따뜻한 분위기라 그 자체로도 힐링이 되는 공간이에요.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 소속의 제임스 버클리 신부가 6.25 한국 전쟁 당시 인민군에게 희생된 앤서니 콜리어 초대 주임 신부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성당입니다.돔 형태로 지어진 성당 내부로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차분해지고 평온함이 스며들어요. 특히 창문과 조화를 이룬 스테인드글라스에 햇빛이 비치면 성당 내부가 다채로운 색으로 물드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성전..

걷고 싶은 길 2025.03.27

성당에서 만난 십자가의 길

산에서 찾은 작은 깨달음산에 오를 때 사찰이 보이면 꼭 들르곤 했어요. 불교 신도는 아니지만 대웅전 외벽을 둘러싼 10개의 그림 심우도(십우도)를 구경하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사찰마다 각기 다른 심우도가 그려져 있어 그 차이를 찾아보는 게 마치 작은 탐험처럼 느껴졌어요. 심우도는 잃어버린 소를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깨달음을 향한 인간의 길을 보여줍니다. 처음에는 그저 신기한 그림으로만 보였지만 다양한 심우도를 접하면서 그 안에 담긴 의미가 서서히 와닿기 시작했어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난 또 다른 길그러던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또 다른 인간의 길을 만났습니다. 무언가에 이끌려 성당에 들어갔다가 천주교 신자들이 함께 바치는 십자가의 길을 보게 되었어요. 그리고 벽에 걸린 14개의 십자..

걷고 싶은 길 2025.03.21

왜관 베네딕도 수도원 십자가의 길

일상에서 벗어나 조용한 휴식과 묵상의 시간을 갖고 싶을 때, 저는 가끔 왜관 베네딕도 수도원을 찾습니다. 그곳에 발을 내딛는 순간, 마치 다른 세계에 들어선 듯한 기분이 들어요. 고요한 분위기와 평온한 풍경 속에서 마음이 자연스럽게 차분해지고, 조용한 방에서 성경을 읽으며 말씀을 생각하는 시간은 영혼을 맑게 정화해 줍니다.아무도 없는 성당에서 십자가의 길을 걸으며 그분과의 대화에 집중하는 순간도 참 좋아요.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면 십자가의 길에서 그분의 고통과 사랑이 조금이나마 더 가까이 느껴지니까요. 십자가의 길이 끝나면 어느새 마음속에 깊은 평온함만 남습니다.세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 자신과 그분을 마주할 수 있는 왜관 베네딕도 수도원은 영혼을 재충전할 수 있는 아름다운 쉼터예요. 이곳에..

걷고 싶은 길 2025.03.19

명동성당 십자가의 길 14처 걷기

명동성당 성전 안으로 들어서면 양옆 벽면을 따라 십자가의 길 14처가 정성스럽게 자리하고 있어요. 각 처마다 예수님의 수난 장면이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어 그분의 고통과 사랑이 생생하게 전해집니다.이 길을 따라 걸으면서 각 처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묵상하다 보면 예수님의 희생과 사랑이 마음 깊이 와닿아요. 단순한 조각이 아니라 신앙을 더욱 깊게 해주는 기도의 길이 됩니다.명동성당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그보다 더 큰 의미는 그 안에서 경험하는 깊은 영적 울림에 있는 것 같아요. 십자가의 길을 걸으며 기도하고 묵상하는 시간은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추고 지금 여기에서 신앙을 되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됩니다.      걷고 싶은 길명동성당십자가의 길14처 걷기    장재봉 신부의사랑으로 따르는..

걷고 싶은 길 2025.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