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없이 천천히 걷고 있었어요. 젖어 가는 옷과 신발보다, 깊어지는 생각이 더 많았던 날이었습니다. 그때 앞서 가던 아주머니의 우산에 적힌 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어요. Je fais la pluie et le beau temps. (나는 비도 내리게 하고 맑은 날도 만들 수 있다.) 이 문장을 보는 순간 마음이 멈췄습니다. 어느 누구도 비를 멈추게 할 수 없고, 어느 누구도 해를 떠오르게 할 수 없으니까요. 그날 저는 애쓰는 대신 의탁하는 법을 배웠어요.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햇빛을 보내지 않으시고,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만 비를 그치게 하지 않으시는 분. 지금 여기에서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같은 햇살을 내어주시는 그분의 마음을 바라보게 하심에 감사합니다. 그분의 해는 누구의 하늘에도망설임 없이 떠오른다..